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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청소부, 삶을 되돌아보다 : 폐암보다 무서운게 외로움 오늘은 상계동에서 3년 전 오셨다는 한 매입임대주택 입주자와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눴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이따위로 하신다고 다른 주민들을 나무라시며 말을 거신다. 그분은 20년 넘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3년 전 이곳으로 오셨다고 했다.작고 굽은 어깨,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손끝에 매달린 담배 한 개비.나는 그 손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냈을지, 잠시 상상해본다.“폐암이에요.”그분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분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듯,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이제 와서 끊으라 해도, 너무 심심하고… 너무 외로워서 그래요.” 60년을 피웠다니 끊으라는 말도 하기가 어렵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허공에 퍼진다.그 연기 속에, 그분의 지난 세월과 쓸쓸함이 함께.. 더보기
아저씨에게 반려견이란 ? 아침마다 계단을 쓸다 보면, 꼭 마주치는 분이 있다. 회색 트레이닝복에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60대 아저씨. 그리고 그 곁을 졸졸 따라다니는 작은 흰 강아지 한 마리. 강아지는 언제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아저씨를 앞서거나 옆에서 걷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다정한지,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진다.어느 날, 내가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오늘도 산책 나오셨네요?”아저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 목줄을 당겼다.“예, 이 녀석 때문에라도 매일 나와야죠. 안 그러면 하루가 허전해서.”계단을 쓸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혼자 계셔서 그런가? 강아지 키우기 귀찮지 않으세요? 돈도 많이 들거고 …”아저씨는 잠시 멈춰섰다.“사실 몇 해 전만 해도, 내가 다리를 잘 못 썼어요. 병원에선 꾸준히 운동하라는데.. 더보기
거리의 청소부 , 삶을 되돌아 보다.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울 때, 나는 조용히 빗자루를 들고 LH매입임대주택의 계단을 오른다. 이곳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모여 살아가는 작은 세상이다. 좁은 복도마다, 닳은 계단마다, 수많은 삶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각자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체념을, 또 누군가는 작은 기쁨을 안고.계단을 쓸다 보면, 이곳에 사는 이들의 삶이 먼지처럼 손끝에 스민다. 누군가는 어제의 눈물을, 누군가는 오늘의 한숨을 남긴 채 지나간다. 나는 그 흔적들을 조용히 닦아내며, 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벽에 붙은 낡은 쪽지,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라디오 소리, 아이의 웃음과 노인의 기침 소리까지—모든 것이 이 집의 역사다.하지만 이곳은 따뜻함만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