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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청소부, 삶을 되돌아보다 : 폐암보다 무서운게 외로움


오늘은 상계동에서 3년 전 오셨다는  한 매입임대주택 입주자와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눴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이따위로 하신다고 다른 주민들을 나무라시며 말을 거신다.
그분은 20년 넘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3년 전 이곳으로 오셨다고 했다.
작고 굽은 어깨,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손끝에 매달린 담배 한 개비.
나는 그 손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냈을지, 잠시 상상해본다.
“폐암이에요.”
그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분은 오히려 나를 위로하듯,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제 와서 끊으라 해도, 너무 심심하고… 너무 외로워서 그래요.”
60년을 피웠다니 끊으라는 말도 하기가 어렵다.
담배 연기가 천천히 허공에 퍼진다.
그 연기 속에, 그분의 지난 세월과 쓸쓸함이 함께 녹아드는 것만 같다.
20년 동안 아파트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곁에서 지켜봤을 그분.
하지만 정작 자신의 하루는,
이 작은 방 안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사람들이 다 바쁘잖아요. 나도 예전엔 바빴는데,
이제는 하루가 길어요. 너무 길어서, 담배라도 피워야 견딜 수 있지.”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외로움이란, 병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때가 있다.
누군가와의 짧은 대화,
한 잔의 따뜻한 차,
작은 관심이 그분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늘 다시금 느꼈다. 그런데 나는 다음 집을 향해 또 발길을 옮겨야만 한다.
담배 연기 너머로 바라본 그분의 눈빛은
오랜 세월을 견딘 사람만이 가진,
쓸쓸하지만 단단한 빛을 품고 있었다.
나는 오늘 그분과의 대화를 마음에 오래 남길 것 같다.
그리고 다음주에도 그분의 안부를 꼭 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외로움 속에서도,
작은 온기가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며.

# 사단법인 두드림글로벌재단의 시니어케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청소방역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잭트로 각 지역마다 시니어협동조합을 구축하고 현실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분에서는 리터러시랩 / 미래서당 등의 마이크로스쿨 창업과 시니어부분에서는 창소방역/요양케어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며 다양한 사업영역을 만들어 갑니다.